“전통에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대” 권우중 셰프, 모던 한식에 대해 말하다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경영한 오너 셰프로, 내로라할 식품 대기업의 총괄 셰프로 일하며 대규모 브랜드 론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행보를 보인 권우중 셰프. 여러 경험과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한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큰 맥락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런 그가 지난해 7월 셰프로서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한식 파인 다이닝 「권숙수」를 오픈해 자신만의 미식(美食)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니 일찍이 사대부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클래식한 자개 장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매장 곳곳에는 한국적인 문창 살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전통의 품격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테이블이다. 다소 낮게 제작된 좌식 테이블 위에는 작은 독상들이 사뿐 올라가 있다. 개인 트레이야 익숙하게 봐왔지만, ‘상위의 상’은 조금 생소하다. 누가 봐도 한국적임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지만 전통을 촌스럽게 강요한다는 느낌 없이 깔끔한 것이 이곳 주인의 명쾌함을 닮았다. 자신의 ‘성(?)’을 걸고 매장을 오픈한 한식 파인 다이닝 권숙수의 풍경이다.

 

| 정체 불분명한 모던한식 타파하고 전통에 주목하다

권우중 셰프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한식 셰프다. 경희대학교 조리과 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를 거쳐 오너 셰프로 한 식 파인 다이닝 ‘이스트 빌리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권 셰프는 CJ푸드빌에서 한식뷔페의 열풍을 대대적으로 이끈 계절밥상 프로젝트에 주 축으로 참여하며 한식 셰프의 또 다른 가능성도 보여줬다. 비교적 척박하다고 평가받는 한식 다이닝 시장에서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그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농축해 오픈한 권숙수는 오픈 이후 꾸준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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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한 지 8개월여에 접어든 요즘, 권숙수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역시 권우중 답다’이다. “사실 레시피만 놓고 보면 이스트 빌리지 때와 절반 이상이 같습니다. 대신 매장의 분위기나 플레이팅의 느낌을 많이 바꾼 게 달라진 점이죠. 이스트 빌리지를 운영할 당시에는 한식을 서양식 플레이팅으로 선보이는 것이 대세였어요. 주요 식재료나 메 뉴는 한식이지만 서양식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을 고객들은 ‘모던 한식’이라 부르며 선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던 한식이라는 이름아래 정체성이 불분명한 음식들에 아쉬움 이 많았어요. 요즘 트렌드가 아무리 그렇다지만 저까지 휩쓸리면 안 되겠다 싶어서 권 숙수에서는 한국적인 요소를 강화했죠.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업그레이드시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강화한 한국적인 모티브 중 하나가 바로 ‘독상’이다. 독상은 옛날 양반가의 전통적인 한식 문화 가운데 하나이지만, 좌식문화를 싫어하는 현대인에게 풀어내기란 쉽지 않은 콘셉트였다. 이에 권 셰프가 낸 아이디어는 바로 ‘상 위에 상을 얹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렇게 권숙수에서는 무릎 높이로 낮게 제작된 테이블 위에 작은 독상이 하나 더 올라가 있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독상은 운영하는 처지에서 손이 많이 가고 여러모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급 식문화를 고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상위에 상을 올린다는 것이 ‘전통’이나 ‘원칙’을 따지는 일부 전문가들에게는 마뜩잖은 모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전통에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제 철학이자 가치관입니다.”

| 한식세계화, 닫혀 있는 마인드 아쉬워

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젊은 셰프로 손꼽히는 권우중 셰프에게 한식 세계화에 대한 솔루션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난 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6 마드리드 퓨전’에 참가해 한식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권우중 셰프는 한식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비빔밥이 나 김치 대신 해초류를 메인 식재료로 선정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 참가할 때 메뉴선정에서 의견이 다소 분분했습니다. 한식재단 측은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비빔밥이나 김치 등의 아이템을 활용했으면 했고, 저는 이미 대중화된 메뉴의 반복적인 홍보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죠. 저는 음식에서 전파력이라는 것은 일정 수준에 도달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태국의 ‘팟타이’는 이미 충분히 글로벌한 음식이지만, 중장년층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까지 포용하는 것을 음식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한식을 알리는 데 있어서 비빔밥, 김치처럼 아이덴 티티가 분명한 특정 메뉴로 세계화의 포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한식의 더욱 다채로운 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해초류다. 해초류 요리는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발달하지 않은 데다가, 외국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다채 로운 맛과 식감 등으로 한식의 장점을 가장 잘 어필 수 있는 요리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지속할 수 있는 미래의 식량자원으로서 효율적인 식재료로 접근한 것이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권 셰프는 “육류를 먹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생산 비용이 필요하지만, 해초류는 바다에서 어떠한 자원이나 노력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며 “한식은 이렇게 인류에 도움이 되고 지속할 수 있는 식량 자원을 사용하는 건강하고 다채로운 음식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 소개했다”고 말했다.

권 셰프는 매생이, 꼬시래기, 김 등을 활용해 김부각, 꼬시래기 두부 무침, 매생이 게살 죽 등의 메뉴를 선보였는데 뜻밖에 전 세계인들에게 거부감 없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식세계화에 대한 권 셰프의 생각도 이번 마드리드 퓨전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지켜가야 할 것들은 분명히 있지만, 기본을 잃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식의 발전과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한식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경우 많은 사람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음식에서 ‘틀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봅니다. 개방적 사고를 통해 시대에 맞는 변화를 꾀해야죠.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실행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셰프, 경영에 눈뜨다

권우중 셰프는 주방을 책임지는 헤드 셰프이자, 매장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꼼꼼한 오너로도 유명하다. 그가 경영에 관한 스킬을 배운 것은 식품 기업에서의 근무가 큰 역할을 했다. “기업은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운영방침이나 그에 따른 시스템이 있으므로 전문 셰프라도 기업을 경험하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다만 저는 ‘회사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웃음) 2년 가까이 CJ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식당 비즈니스, 경영에 대한 것입니다. 오너 셰프로서 개인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했어요.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남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죠. 내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운영할 땐 이해가 가지 않는 고객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하면, 회사에서는 대안 마련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더욱 체계적인 연구·개발 업무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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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서 각종 문서작업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도 그 무렵이다. 권 숙수 개업 이후 새벽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허다한 그야말로 초인적인 일정에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컴퓨터 앞에서 직접 회계처리 및 서류화한 경영 전반을 점검하는 이유도 이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어마어마하게 디테일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언젠가는 자신의 매장을 오픈해 운영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셰프라면 회계 분야 에 대한 기초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셰프도 요리가 전부인 시대가 아닙니다. 작은 레 스토랑을 하나 운영해도 세법, 세무, 회계가 기본인데 많은 셰프들이 이 부분을 놓치고 있습니다. ‘오너 셰프’ 라는 화려한 명성 뒤에 경영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직원들 미슐랭 투어를 보내주는 오너

권숙수에는 현재 주방에 9명, 홀에 5명의 직원이 일 하고 있다. 매장 규모에 비해서는 얼핏 많은 인원으로 보이지만, 퀄리티 높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예인원이다. 권우중 셰프의 레시피와 권숙수의 매장 콘셉트를 구현하는 이 직원들에게 권 셰프가 매달 꼭 진행하는 월례 행사가 있다. 바로 ‘일본 미슐랭 레스토랑 투어’다.
“오랫동안 한식을 해오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한식을 메인으로 시작한 친구들의 ‘경험치’가 다른 분야에서 넘어온 친구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양식하는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유학경험도 있고, 외국 외식산업의 발전된 문물이나 레스토랑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식을 하는 친구들은 한식의 본거지가 한국이 다 보니 소위 우리나라가 다인 줄 아는 경향이 있어요.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맛’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메뉴 플레이팅, 테이블 서비스, 주방 시스템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고급 다이닝 문화를 경험해봐야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생각에 직원들의 미슐랭 레스토랑 견학을 정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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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매달 한 명씩 일본에 미슐랭 레스토랑 투어를 보내고 있는데, 당연히 비용은 전액 회사의 부담이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그릇가게, 전통 시장도 둘러보는 일정이다. 여행보다는 ‘공부’에 가깝다. 견문을 넓힌 직원들의 수준 향상 및 능동적인 변화는 매장운영에서 비용 대비 책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준다고.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실현해주는 직원들과 합을 맞춰 매장 운영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요리사로 만들어 독립시키는 것이 목표죠. 권우중에게 배운 친구들이 제대로 된 실력으로 업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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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셰프 자신은 ‘월화수목금금금’에 20시간이 넘는 엄청난 노동에 시 달리고 있지만, 업무 환경 등에 있어서도 기존의 관행을 깨고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숙수는 작년까지 고수하던 격주 5일 근무를 매주 5일 근무제로 바꾸고 직원 휴가 역시 일주일 이상 길게 제공하고 있다. 셰프라는 직업 이 자신의 사생활을 반납하고 희생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후배들이 느꼈으면 하 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 힘들어도 재미있는 도전, 젊어서 가능한 것

권숙수는 현재 4번째 시즌 메뉴 리뉴얼 작업에 한창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그는 음식과 더불어 이번에는 ‘그릇’에 초점을 맞췄다. 광주요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올 4월부터 보다 업그레이드한 코스요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광주요에서 시판 중인 그릇이 아니라 권숙수 맞춤 그릇,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다양한 식기를 권숙 수의 요리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저는 한식이 ‘가정식이자 엄마가 해주는 투박하지만 정겨운 음식’이라 는 국한된 이미지가 싫습니다.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고급한식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그릇에 투자하는 이유도 식기류의 가치를 통해 한식의 고급화를 고객들이 좀 더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요리의 개발 단계부터 그릇과 함께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고객의 미각과 더불어 시각까지 만족하게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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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수를 오픈한 이후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체력적인 한계’가 가장 문제라고 말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수두룩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사서 고생’이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즐겁다고 말한다. “사실 권숙수가 캐주얼한 레스토랑이었다면 지금보다 고민이 훨씬 적었을지도 모릅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훨씬 줄어들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이라 는 여력이 있을 때 도전해야죠.”

젊음을 불태운(?) 후 그의 최종 목표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가게 이름으로 작은 냉면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소도시나 지방에 작은 다이닝을 오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던, 채집하던 공기 좋은 곳에서 그를 찾아오는 고객들과 소소하게 소통하는 것이 그의 꿈이자 목표다. 최종 꿈이 지금 그의 열정에 비해 너무도 소박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미래의 꿈을 위해 지금의 불타는 청춘을 보내고 있는 그가 어쩌면 그래서 더욱 ‘권우중 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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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발간 31주년을 맞은 월간식당은 한국 외식 시장의 전문매체로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식품외식산업계의 전문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과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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