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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에서 가장 특별한 식사경험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스와니에 이준 셰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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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에서 가장 특별한 식사경험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코스 메뉴 끝에 적힌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만족스러운 식사경험은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것 이상이다. 모든 감각을 기울여 특별한 식사를 만드는 것.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절정을 느끼는 식사경험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준 오너셰프는 스와니예의 존재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던 것 같다. 새로운 에피소드(코스 메뉴)를 선보이기 전 9월의 마지막 늦여름에 스와니예를 찾았다.

| 커뮤니케이션의 의미

_MG_3079그냥 단순히 서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마치 의사가 환자를 위하고, 환자가 의사를 존중하듯이. 생명을 다루는 일과 음식을 다루는 일은 생산자와 소비자 자신이 행복을 얻고 싶어서 창작하고 소비를 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치만 두 가지 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존중의 문제에 있어요. 의사는 존경하되 요리사는 존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긴 인터뷰 시간동안 이준 셰프가 가장 많이 말한 단어는 ‘존중’과 ‘소통’이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과 그 요리를 즐기는 사람 간의 신뢰 관계, 그 형성이 외식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알고자 하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파인다이닝에 대해 모르는 손님이 파인다이닝을 알려면 ‘알고 싶다’라는 적극성이 있어야 되요.”

정찬(正餐), 파인다이닝은 아직 국내 외식업계나 고객들에게 쉽지 않은 부분이다. 알기 위해선 해석의 과정이 필요하다. 해석 과정의 첫 단계는 손님의 알고자 하는 의지다. 모르겠으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파인다이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발짝을 떼는 거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님이 그 첫 발짝을 떼면 그때부터 요리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치 미술관에 걸린 유명 명화를 볼 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감이 오지 않으면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정보를 찾아 나선 손님에게도 도움이 필요하다. 손님이 어디를 볼지 모를 때 길을 찾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 요리사들의 일이다.

“존중이 있으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해요. 커뮤니케이션이 있으려면 무엇인가 조건이 성립이 되어야 합니다. 대화를 할 때 동일한 언어의 사용이 커뮤니케이션의 조건이 되는 것처럼요.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서로 잘 모를 때’라는 겁니다. 서로를 모르면 오해가 생기고, 그럼 모든 소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문제가 없으려면 손님은 요리사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요리사는 손님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야죠. 그래서 전부 공개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공장 견학을 온 듯, 생산의 과정을 처음부터끝까지 확인하고 이 산업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또 표정에서 드러나는 열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저희들도 손님의 표정에 드러나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진행을 할 수 있으니까, 손님을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거죠.”

스와니예를 ‘오픈 키친 레스토랑(바텐더가 있는 바처럼 주방을 홀 중심에 두고 손님을 바 테이블에 앉게 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한 이유를 물었을 때 이 셰프는 이렇게 답했다. 그에게 식탁의 커뮤니케이션은 철학이자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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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것을 하고 싶은 욕심

“저 자신이 많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그냥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인 거고, 계속 만들고 싶은 거고, 만들다 보면 내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져서 이 자리에 있는 것 뿐이에요.”

이준 셰프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의 가치를 스스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닝 업계에 부는 외풍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와 궁리 끝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자신의 요리도 선보일 기회를 가지고 자신의 레스토랑을 가지기까지의 준비기간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팝업 레스토랑 ‘준 더 파스타’는 6개월 동안 운영되었다.

“순수하게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진 않았어요. 대신 내가 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무조건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이 있었죠. 어떤 라인을 거쳐서 어떤 위치에 올라갔고는 저에게 중요치 않았어요. 여기(스와니예)를 오픈한 것도 셰프로서 성공을 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내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내 가게가 있어야 되겠다 싶었던 거죠.”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나만의 요리, 이 셰프의 요리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는 셰프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창작성과 창의성을 꼽으며 설명했다. 타인의 요리를 편리하게 베끼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이 있는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요.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레스토랑에 주기적으로 왔을 때 지루하다는 느낌도요. 만약 손님이 그렇게 느낀다면 손님은 금방 흥미를 잃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산업의 발전도 불가능한거고요.”

스와니예의 손님들은 비교적 방문 계획이 분명하다. 어느 시점에는 지금 먹은 것과는 다른 새로운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흡수되고 녹아들면서, 동시에 지나가는 것들

“너무 막 진지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여기서 나는 내가 배운 것들과 생각한 것들을 하고 싶은데로 다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 서울 퀴진(Seoul Cuisine)이에요. 지금 사람들이 서울을 살고 있는 모습처럼, 꼭 카테고리 지으려 하지 말고 그냥 계속 변하는 것에 흡수되고 녹아들면서, 지나가는 그런 것들이 여기 음식에 표현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는 서울 퀴진은 한식의 세계화를 타겟팅한 것이 아니라며, 한식의 식재료를 서양식으로 재해석 하겠다는 대의적 명분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제 나름의 스타일로 열심히 인기를 얻어야 겠죠. 그 성과에 대해 외부에서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 때 한식이 자연스럽게 알려지겠죠. 굉장한 가치나 목표, 국가적인 미션을 가지고 접근하는건 아니에요. 어쨋거나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 문화에서 살아왔으면, 제 아무리 서양의 것을 하려고 해도 녹아드는 한국적인 것들이 있는데, 그걸 억지로 감추려 하지도 않고 반대로 그걸 억지로 오버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음식 문화도 빠르게 전지구화의 물결을 탔다. 모든 식재료는 국경의 구분이 없어졌고 각국의 전통 요리는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었다. 이와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맛’이다.

“그냥 맛있으면 장땡인거 거든요. 맛있으면 내가 쓰는게 인도 재료인지 일본 재료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거죠. 맛이 우선시 되어서 자연스럽게 음식의 스타일이 융화되고 변화가 되면 새로운 퀴진이 나오는 것 같아요. 한식의 세계화도 마찬가지에요. 역설적이지만 요리사들이 한식의 세계화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식의 세계화가 결과로서 따라오는 거죠. 한식을 업그레이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나와 손님 모두가 만족하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면 그 음식이 자연스럽게 한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말이에요.”

맛있는 요리를개발했는데 프랑스 요리도 아니고 이탈리아 요리도 아니란다. 그럼 한국 스타일인거다. 한국의 셰프가 만들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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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로서의 착각은 온 힘으로 상대방을 움직이려는 환상이다

셰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셰프를 이해하고 셰프의 비전을 공유해 주는 좋은 팀이 있어야 한다. 희생적인 팀원들에게 셰프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마움의 표시는 요리사 개개인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거다.

“어떤 길을 제시해 주지않고 결과만 원하는 건 좋은 리더십은 아닌 것 같아요. 팀원들 개개인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일부는 알고 일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그때 조직을 제가 원하는로 길로 이끌고 이 사람들이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게끔 만드는 방법은 그냥 한 몸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거예요. 제가 원하는 바, 목표하는 바와 그 과정을 같이 공유하고 정확히 내가 어떤 방법을 통해서 갈건지 알려 주는 거죠. 개인의 역량을 가장 잘 발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일이 끝이에요. 그 역량이 발휘되지 않으면 팀원에 문제가 아니라 셰프의 문제인거죠.”

 

| 균형잡힌 시선을 지닌 자는 가장 매혹적인 걸음걸이로 자신의 생을 거닌다 – 레이첼카슨 –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셰프가 되기 위한 자질을 묻자 이 셰프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답을 내놨다.

“한국에서 이 바닥은 돈이 있어야 되요. 돈이 없으면 사실 아무것도 못해요. 돈이 있어야 셰프가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가 만들어 지고 창의가 현실로 발전되는 거죠. 제가 처음 겪은 큰 벽이기도 했어요.”

다행히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돈이 돈을 버는 요식업계에서 주머니 가득 넉넉한 자금과 든든한 뒷배경이 없다면 이를 더 꽉 깨물고 주먹을 더 세게 쥐는 수밖에.

“깡이 있어야 되요. 감당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라이 저지르는 깡. 아이디어와 센스, 그리고 깡 이런 정신적인 것들이 있어야 물질적인 것을 다 이겨내고 자신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 대결이 아예 안되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자질’을 습득한다고. 요리사 또는 더 나아가 오너셰프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비단 요리뿐만이 아니다. 이준 셰프는 요리와 기술에만 집착하는 후배들이 안타깝다고 말을 이었다.

“마치 보이스카웃 배지를 얻으려는 아이같이 눈 앞에 있는, 그것만 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서 쫌 아쉬워요. 진짜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투브에서 쓰리스타 셰프들이 하는 조리법부터 찾아 보는게 아니라, 그 자리가 요구하는 자질이 뭔지를 먼저 알고 그 자질을 만족시키려면 내가 뭘해야 할까 생각해야 하는 자세가 먼저에요.”

셰프가 되는 자질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리더십이다. 요리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리더가 되려면 판단과 결정에 있어 빠른 결단력과 그에 준하는 책임감이 필수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실제로 닥치기 전까지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다.

“빠른 결단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 꼭 주방에만 있을 필요는 없어요. 놀러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면서 성장할 수도 있고, 심지어 운동을 하거나 밥을 먹는 일상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다양하게 보고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서비스업을 이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고, 누려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어요? 손님들을 위해 생산은 하는데 그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 들일지를 상상만 하고 있으면 안되는 거죠. 제대로 누려봐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어요. 비싼 음식을 먹어보고 만드는데, 돈이 없어서 물질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건 핑계에요. 그런 물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단순히 스타지를 한다거나, 정 아니면 친구랑 소주 마실거 7번 참아서 맛있는 식당에 한 번 가본다던지 뭐 그렇게 말이에요. 요리 기술을 한 가지 더 배우는 것보다 산업을 이해하는게 먼저에요.”

 

|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무성의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게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없어질 수도 있거든요. 5년 뒤, 10년 뒤, 미래의 그때에도 하고 싶은 것이 분명히 있고 그걸 하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요리와 사랑에 빠진, 난 요리 아니면 다 필요없어 이런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꼭 요리가 아닐 수도 있겠죠. (웃음)”

인생의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이준 셰프의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하며 그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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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박 선영

박 선영
맛있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동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sunyp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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