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아이콘, 자크 페펭(Jacques Pepin)이 후배 요리사에게 전하는 조언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을 포함, 3명의 국가 원수들의 개인 셰프로 일했던 요리사. 미국의 존 케네디 대통령의 개인 셰프가 될 수도 있었지만, 레스토랑 체인에서 일한 요리사. 현존하는 대부분의 셰프들보다 60년은 더 많은 경력, 80세가 된 지금도 TV 요리 쇼에 나와 아티초크를 다듬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요리사.

요리사의 아이콘 자크 페펭 Jacques Pepin은 법이 정한 최연소 시절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13살에 집을 떠나 유럽 그랜드 호텔에서 3년간 견습생 생활을 했다. 몇 년 후, 그는 파리로 옮겨가 라 호통드La Rotonde, 플라자 아테네Plaza Athenee와 같은 전설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특히, 라 호통드는 세계적인 작가 알베르 카뮈, 사무엘 베케트, 시몬드 보부아르가 즐겨 찾을 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나는 그런 페펭과 함께 그의 책‘견습생: 주방에서의 내 인생(The Apprentice: My Life in the Kitchen)’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훌륭한 셰프가 되는 데 필요한 것들, 그리고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요리, 레스토랑 전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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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자크 페펭 source : vibes.jacques-elliott.com/

Q 저술하신 ‘견습생’을 읽었는데 마치 당신과 함께 주방에 있는 것 같았어요.
자크 페펭 – 저는 견습생 생활을 1949년에 시작했어요. 그때는 전화기, 텔레비전, 인터넷, 컴퓨터 같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 그리고 제가 하는 요리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죠. 그런 이유라면 요즘은 차이가 별로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요리는 과거보다 지금 더 많이, 빨리 변하고 있어요. 제 손녀가 책을 읽고는 마치 중세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Q 회고록에서 13살 견습생 생활을 할 때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어릴 때 시작한 것이 요리를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셨나요?
자크 페펭 – 당연하죠. 제가 13살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아무 말 없이 하는 것이었어요. 셰프에게 ‘왜 이렇게 해야 하죠.’ 같은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답은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뿐이었어요. 지금은 완전히 다르죠.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고,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혹은 ‘저건 왜 저렇게 해야 하지?’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Q 파리의 레스토랑 플라자 아테네에서 일할 때, 각 레스토랑 음식들의 향, 플레이팅, 맛을 모두 완전히 기억했다고 쓰셨어요. 요즘의 요리사들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크 페펭 – 저는 지금도 눈을 감고 제 앞의 음식이 내가 일했던 레 파빌리옹Le Pavillion의 농어 음식인지 플라자 아테네의 랍스터 수플레인지 맞출 수 있어요. 미국에 와서 기업가 호워드 존슨과 일하기 전까지 레시피 노트나 요리책은 하나도 없었어요. 단지 맛을 기억하는 것이 유일한 레시피였죠. 레스토랑에서 성공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각 음식의 맛을 정확히 기억해서 그것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음식의 맛이 항상 같기 위해서는 레시피가 매일 바뀌어야 해요. 어제와 오늘의 닭이 똑같은 크기, 똑같은 양의 지방을 가지고 있지는 않죠. 날씨가 습한지 건조한지에 따라 음식의 맛도 변해요. 심지어 요리하는 당신이 당시에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도 음식의 맛을 변화시키죠. 계속 맛보면서 특정 재료를 더 넣거나 덜 넣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셰프에게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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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생: 주방에서의 내 인생(The Apprentice: My Life in the Kitchen)

Q 요즘의 외식산업을 보면 극적인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요리사도 많아졌고, 사회운동에 목소리를 크게 내는 셰프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책에는 “주방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움직이는 기계”와 같다고 적혀있네요. 지금까지 당신과 함께했던 수많은 셰프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키우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도 비슷한 의미인지 오늘의 레스토랑 산업과 관련해서 말씀해주세요.
자크 페펭 – 과거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죠. 과거에는 무조건 순응해야 했어요. 제가 만약 미국 최고의 셰프 토마스 켈러와 일한다면 저는 그를 가르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음식을 보고, 듣고, 이해하고 그걸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있는 거죠. 이것을 한 셰프와 몇 년, 또 다른 셰프와 몇 년, 이렇게 몇 번 되풀이하면 그 세프의 요리에 동의하든 안 하든 엄청난 지식을 얻게 돼요. 이때가 바로 자기 스타일의 요리를 시작하게 되는 순간이죠. 단지 두 달 주방에서 일하고 자기 요리를 할 수는 없어요.
요즘 유명 셰프가 등장하면서 ‘나 요리책 내기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어.’ 혹은 ‘텔레비전 쇼에 쓸만한 아이디가 생겼어.’라고 말하는 젊은 요리사들이 많아요. 뭔가 특별해야 한다는 압박, 과거 세대가 가지고 있지 않던 압박을 엄청나게 느끼고 있는 거죠. 과거 플라자 아테네에서 일할 당시 랍스터 수플레를 만들면 함께 일하던 45명의 요리사 중 누가 그걸 만들었는지 구별할 수 없었어요. 큰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미각을 그 장소에 맞게 순응하는 것이 필수였어요.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 셰프들은 자기의 음식이 다른 사람의 것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점은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평판이 매우 좋아졌다는 거예요. 제가 어릴 때는 의사나 변호사만 좋은 직업으로 쳤지만, 이제는 요리사를 천재로 여기잖아요.

Q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는 젊은 요리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자크 페펭 – 요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올바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많은 부모가 자기 아이가 요리하고 싶어 한다며 조언을 구하는데 그럴 때면 저는 ‘겉으로는 아주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요리의 핵심을 배우기 위해서는 주방에서 설거지하거나, 서빙을 하거나, 프랩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죠.’라고 말해요. 그렇게 몇 달 일해보면 그게 진짜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 깨달을 수 있어요. 진짜 요리가 당신의 일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요. 이 행복함에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유명해 질 수도 있지만 안 그럴 가능성이 더 커요. 올바른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면 행복하겠지만, 유명해지기 위해서나 다른 이유로 시작한다면 절대 행복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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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bu.edu

Q 이렇게 오랜 세월 요리를 해오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아티초크를 싫어하시나요?
자크 페펭 – 전 그것만 빼면 아주 대식가예요. 아티초크를 제외하면 어떤 것도 먹을 수 있어요.

Q 셰프들은 ‘흐름’이 완벽한 순간, 즉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완벽한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자크 페펭 – 그럼요. 뉴욕 타임즈와 함께 요리책 시리즈를 발간할 기회가 있었어요. 특정 레시피도 없이 그냥 스튜디오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드는 거였죠. 하루는 감자 수플레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감자를 얇게 썰어서 너무 뜨겁지 않은 기름에서 한번 튀겨요. 그다음에는 아주 뜨거운 기름에서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까지 튀기는 거죠. (동영상으로보기) 50개 정도 튀기면 30-40개 성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루는 100개를 튀겼더니 모두 성공적으로 튀겨졌어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당시에는 레시피를 필기하던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놀라지도 않더군요. 훌륭한 셰프들은 다 이렇게 하는 줄 알았던 거죠. 그때 그걸 대단하다고 인정해 줄 셰프라도 한 명 있었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말이죠.

Editor’s Note : 본 콘텐츠는 MUNCHIES의 <Jacques Pépin’s Life Advice for Young Cooks>를 번역,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About 한 초롱

한 초롱

저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요리사 입니다. 요리, 자연, 책,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현재는 CIA졸업 후 미국, 호주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레스토랑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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