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심적 고충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CHEFS WITH ISSUE”

셰프들은  ‘타인을 대접하는 마음’을 가슴 속 한 켠에 가지고 산다. 업(業) 자체가 ‘남’의 생활에 맞춰져 있다보니 그들의 일상은 ‘남’과 다를 수 밖에 없다. 타인중심적인 삶의 태도와 불규칙적인 일상 생활은 육체적 피로와 동시에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 1999년, 세계적인 셰프 앤서니 보댕Anthony Bourdain은 미국 주간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에 “셰프와 주방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장애”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했다. 보댕은 칼럼에서 프로페셔널한 주방이야말로 바로 “사회 부적응자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였는데, 이 발언은 이후 근 20년동안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전문적인 요리사들과 직업인 셰프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편견에 반기를 든 사람 중 한 명이 캣 킨즈맨Kat Kinsman이다. CNN의 공식음식평론가이자 미국요리전문지 “테이스팅테이블Tasting Table”의 선임 에디터인 킨즈맨은 셰프들의 정신 건강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킨즈맨은 보댕의 견해를 반박하며 주장한다.

프로페셔널한 셰프는 매일 마지막 손님을 응대할 때까지 육체적 흥분과 정신적 만족을 느낀다

셰프들이 자신의 일과 생활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로 킨즈맨은 “주방노동자들은 사회부적응자다”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셰프즈 위드 이슈Chefs With Isseu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2가지의 운영 목적을 갖고 있다.. 주방노동자들이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을 타파하고, 실제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셰프와 요리 종사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screenshot1

“프로페셔널 셰프일수록 매일 마지막 손님을 응대할 때 육체적인 만족과 정신적인 기쁨을 느낍니다. 이들은 자신의 일과 생활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Chefs with Issue 사이트 소개에서

킨즈맨은 “셰프들의 우울증, 불안 증세, 조울증, 강박증,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의 증상은 셰프들이 기본적인 의료활동, 특히 정신건강 부분에 대한 치료를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셰프들이 가진 정신적 고통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킨즈맨은 ‘셰프즈 위드 이슈Chefs With Isseu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셰프들의 정신적 건강 상태와 심적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루 동안 요리분야 종사자 100명 이상이 설문에 답하였고, 많은 셰프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를 보내왔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킨즈맨은 셰프들이 스스로 약해지고 마초적인 주방 문화에서 소외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들은 압박적인 주방 근무 환경 속에서 스스로 미쳐버릴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의 약 50%가 “조용한 곳에 혼자 있고 싶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2/3가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킨즈맨은 이러한 셰프들이 주방을 정리하는 데에 싫증과 권태를 느끼며, 불에 대한 집중력 또한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킨즈맨은 ‘셰프즈 위드 이슈Chefs With Isseus’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 스스로도 확정할 수 없으며,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셰프들에게 특별한 치료나 행동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다만 킨즈맨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혼자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셰프들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정신적으로 피폐한 셰프들에게 다른 셰프들도 그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같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들이 고립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셰프즈 위드 이슈Chefs With Isseus’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많은 셰프들이 프로젝트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치유하고 있다.

앤서니 보댕은 CIA를 졸업한 후 브라서리 레알brasserie Les Halles 수석요리사에서 근무한 셰프다. 지난 2010년 방송된 미국의 셰프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 Chef” 시즌 8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안소니 보댕의 글이 궁금하다면 국내 번역판 쉐프 1,2(문예당, 2010)을 권한다..

About 홍 수연

홍 수연
외식과 음식산업, 요리에 대한 지식들을 담고 있습니다. 요리와 음식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과 감동을 세상에 전해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