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pulling funny face holding green smoothie

우리가 쓴맛을 싫어하는 이유

아이들은 왜 피망을 싫어할까? 요즘 피망은 품종 개량을 한 덕분에 과거에 비해 단맛이 많이 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피망을 싫어한다. 사실 피망을 싫어하는 것은 어린이뿐만이 아니다. 포유동물 중 피망을 먹는 동물은 사람뿐이며 초식동물인 소, 말, 염소도 쓰게 느껴져서 싫어한다고 한다. 이런 피망의 쓴맛은 알카로이드alkaloid 성분 때문이며 피망이 속한 가지과 식물 중에는 알카로이드를 다량 함유한 유독식물이 많다. 물론 요즘 나오는 피망의 알카로이드 함유량은 아주 적어서 통상적으로 먹는 양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래 쓴맛은 동물에게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독’으로 보고 쓴맛이 나면 먹지 않는다. 아이들의 미각에도 이런 독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점점 쓴맛에 둔해져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커피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의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퇴화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뇌의 발달에 따라 미각으로 독을 판단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쓴 것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쓴 것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본래 쓴맛은 동물에게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은 독으로 보고 피하려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쓴맛을 감지하는 모두 수용체는 25종으로 다른 네 가지 맛 수용체의 종류를 모두 합친 5종에 비해 5배나 많다. 그러기에 자연의 맛은 원래 쓴맛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이미 맛으로 엄선한 것들이라 자연의 쓴맛을 맛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의심스러우면 지금 당장 가까운 산으로 가서 아무 풀이나 입에 물고 살짝 씹어보면 된다. 농산물은 자연이라고 부를 수 없으므로 제외한다.

쓴맛에 대해 9세 이하의 아이들에 있어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여성들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되고 특히 임신 중에는 민감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태아와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본능과 관련되어 있다. 쓴맛이나 떫은맛은 독성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 그래서 쓴맛을 피하기 위해 애쓴다

비타민은 무슨 맛일까? 시거나 쓰다. 미네랄은 무슨 맛일까? 짜거나 쓰거나 나쁜 맛이다. 비타민 중에서 그나마 맛이 좋은 것이 비타민 C이고 미네랄 중에 맛이 좋은 것이 나트륨, 즉 소금이다. 그래서 비타민을 첨가하는 가공식품이 그렇게 많은 것이고, 다른 미네랄은 제외한 채 유독 나트륨만 가지고 줄이라고 난리다. 다른 비타민과 미네랄이 전부 맛이 좋았다면 문제가 좀 심각했을 것이다. 식품회사들이 앞 다투어 제한 사용량까지 최대한 많이 넣으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어떤 식품을 얼마나 먹을지 모른다. 불필요한 성분이면 안전한 수준의 1/100 이하만 첨가하도록 법으로 정하면 그만인데 몸에 필요한 성분이라 무작정 부작용이 없도록 안전한 양의 1/100만 넣으라고 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제품에 일률적으로 넣으라고 할 수도 없고,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얼마만큼 먹을지 모르니 종류별로 기준을 정할 수도 없고 정말 골치 아팠을 것이다. 다행히 그것들은 맛이 좋지 않아서 가공식품업체에서 더 넣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작용이 적은 것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인데 맛까지 좋다고? 그것은 실제 양은 맛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조금 들어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물에 아주 잘 녹는 것은 대부분 맛도 쓰지 않고 독성도 없다. 분자가 아주 크면 당연히 무미, 무취, 무색이다. 애매한 크기의 분자가 쓴맛인 경우가 많다. 코코아 분말을 기름에 녹이면 향기성분은 많이 녹아 나오지만 쓴맛 성분은 덜 녹아 나온다. 그래서 초콜릿은 코코아 성분이 높아도 맛이 좋다. 하지만 똑같은 코코아도 물에 녹이면 쓴맛 성분이 녹아나온다. 그래서 초코시럽은 초콜릿보다 코코아 함량도 적고 맛도 없다. 물에 애매하게 녹는 쓴맛 성분은 온도가 높거나 추출 시간이 길수록 많이 녹아 나온다. 그래서 차를 우릴 때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 않는다. 그리고 커피 등을 추출할 때 분쇄한 입자가 크면 시간을 길게 하지만 입자가 작으면 쓴맛 성분이 녹아나오지 않도록 온도와 시간을 낮춘다. 그래서 저온 추출 시 고온보다 수십 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낮은 온도는 추출 효율이 낮고 향이 약하다. 고온에는 많은 향기 성분이 추출되지만 쓴맛 성분도 많이 추출된다. 그래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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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커피를 처음 마셨나? 그 때의 쓴 맛을 기억하고 있는가? / 제공 = huffington post

물론 쓴맛은 학습에 의해 거부감이 둔화된다. 커피, 차, 술 등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의 상당수는 쓴맛을 가지고 있다. 먹다보면 몸에 나쁘지 않으니 그게 독이 아니라고 뇌가 기억하는 것이다. 차나 커피에 있는 카페인과 술에 있는 알코올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이라 금방 거부감이 줄어든다. 봄에 나는 씀바귀의 쓴맛도 봄나물의 상큼한 향과 어우러지기에 몇 번 먹어보면 부정적인 느낌이 극복돼 맛을 즐기게 된다. 그렇다고 쓴 나물을 술과 커피, 차처럼 적극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는 뇌가 좋아하는 특별한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말 커피가 대세다. 커피는 향이 좋기도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더 향이 좋은 음료도 많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몸에 나쁘다고 하여 디카페인 커피가 개발되었지만 거의 인기가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카페인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쓴맛은 나이가 들면 둔화되고 학습에 의해 둔화된다. 커피, 차, 술 등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의 상당수는 쓴맛을 가지고 있다. 먹다보면 몸에 나쁘지 않으니 그게 독이 아니라고 뇌가 기억하는 것이다. 심지어 적당한 쓴맛은 바디감이 있다고 즐기기 까지 한다. 하지만 굳이 쓴 맛인 것을 즐겨 먹을 사람은 별로 없다. 차나 커피에는 카페인, 술에 알코올이라는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이 있어서 쓴맛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지, 그런 성분도 없는데 무작정 쓴맛을 좋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워낙 오랫동안 우리의 몸은 자연에 존재하는 독(쓴 맛)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혀에는 다른 맛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쓴맛 수용체를 가지고 있지만 쓴맛만으로 독의 유무를 완전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은 편식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뛰어난 뇌를 가진 덕분에 훨씬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조상대대로 먹어온 음식의 경험에 의존한다. 그래서 엄마가 권하는 음식은 안심하고 생소한 음식은 경계한다.

About 최 낙언

최 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부터 제과 회사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불량식품으로 포장하는 거짓된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아 www.seehint.com에,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 정리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감칠맛과 MSG 이야기』가 있으며, 나머지 생각도 몇 권의 책으로 마저 마무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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