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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를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건강한 푸아그라 이야기

2012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푸아그라 식당은 끊이지 않는 손님들로 매일 만석이다. 셰프는 7가지 종류의 푸아그라 요리로 구성된 특별 코스를 쉴 새 없이 내놓는다. 푸아그라의 풍미와 맛에 취한 손님들의 들뜬 목소리가 이어진다. 또 다른 풍경, 식당 앞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인다. 위협적인 문구, 잔인한 이미지로 가득한 피켓들. 길게 줄을 늘어선 손님들에게 야유가 쏟아진다. 그해 7월, 캘리포니아 주의 푸아그라 생산과 판매는 전면 금지됐다.

트러플(Truffle), 캐비어(Caviar), 그리고 푸아그라(Foie gras). 세계의 3대 진미. 가장 귀하고 최상의 맛을 낸다는 의미에서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2012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 요리사들은 연합을 만들어 푸아그라 금지법 무효화를 주장했다. 푸아그라를 금지시킨다면 자연 상태 무게 이상 나가는 다른 가금류들의 조리도 모두 다 금지시킬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푸아그라와 같은 최상의 식재료와 요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 주장의 주된 이유였다.

1999년 이래 대부분의 국가에서 푸아그라의 생산, 판매를 불법화했다. 현재 세계 푸아그라 생산국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스페인 등 4~5개국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고든 램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셰프들은 푸아그라의 생산이 금지된 자국에서 여전히 식당 메인 메뉴로 푸아그라를 올리고 있다. 우리네 개고기 논란만큼 북미와 유럽에선 푸아그라 찬반 논쟁은 핫한 주제다. 대부분의 셰프들은 찬성 측의 견고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에 색다른 반기를 든 한 셰프가 있다. 오늘은 푸아그라에 반대하는 한 셰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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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바버(Dan Barber)는 뉴욕 유명 레스토랑 ‘블루힐 앳 스톤반스(Bule Hill at Stone Barns)’의 셰프다. 미슐랭 스타 3개에 빛나는 이 식당은 맨해튼에서 불과 45분 떨어진 거리에 있지만 2만3천 피트에 달하는 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버는 인간이 먹는 즐거움과 식재료의 보존, 둘 모두에 초점을 둔 자급자족 음식 철학을 갖고 있다. 이 철학을 기반으로 그는 2009년 미국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비어드상(JBFA, James Beard Foundation Awards)’을 수상했으며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저희 요리사들이 봉착하는 문제는, 푸아그라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데 있습니다. (웃음) 저도 푸아그라를 좋아합니다. 기름지고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맛이 아주 풍부하죠. 푸아그라에 반대하는 것이 비이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 이유는 대부분 강제 사료 급식에서 비롯됩니다.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리나 거위에게 엄청난 양의 곡식을 ‘강제로’ 먹입니다. 평생 먹을 양보다도 많은 양의 모이를 몇 주 만에 먹게 되는 거죠. 그럼 간이 약 8배까지 늘어나 비대해집니다.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죠.”

천해진미 푸아그라의 탄생 과정은 그리 우아하지 못하다. 먼저 갓 부화한 거위들을 암수로 나눠 솎아낸다. 수컷은 물갈퀴에 달린 발톱이 모조리 뽑힌 후에 양육장으로 보내진다. 암컷의 운명은 더욱 기구하다. 성별을 구분한 뒤에 암컷은 한 마리씩 쓰레기 봉지로 던져지는데 봉지의 4분의 3만큼이 차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거나 때로는 그냥 묶는다. 암컷의 간은 수정시에 정액의 영향을 받아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화장 앞의 쓰레기통에는 차갑게 식은 몸을 실은 병아리 같은 것들이 가득이다. 그 중 쓰레기 더미 가장 위의 한 두 마리는 다음날까지 살아남아 울기도 한다. 그 수를 계산하면 무려 일주일에 천여마리에 달한다. 양육장으로 옮겨진 것 중 크기가 작은 것들은 벽에 머리가 처박혀 죽는다. 사람을 보고 따르는 어린 거위들 중에 골라내진 것들은 그 사람 손에 잡혀 마치 야구방망이 치듯 일순간 벽 모서리에 내려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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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obby.idnes.cz

3개월이 지나면 사육장으로 옮겨져 강제 먹이 급여가 시작된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가둬진 거위들의 목구멍 아래 30cm까지 금속봉이 들어간다. 금속봉을 통해 매번 0.45kg의 먹이가 공기 압력에 의해 3초 이내 위로 주입된다. 주입 후 거위들은 괴로움에 몸서리치거나 먹이를 토해내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달 후, 운명의 날이 다가올수록 거위들은 꽤나 그 수가 준다. 비대해진 간이 허파를 눌러 호흡 곤란으로 자연사(?)하기 때문이다. 겨우 숨이 붙은 축 늘어진 그 목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도살장이다. 제대로 전기 마취가 되지 않아 의식이 붙은 것들의 목에 경동맥이 그대로 잘려나간다. 거꾸로 매달린 채 목이 반쯤 잘린 채로 푸덕거리는 거위들을 보고 경악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2007년 파리국제음식박람회는 꽤 시끄러웠다.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음식 올림픽(Coup de Coeur)’ 대상을 수상한 요리는 스페인의 한 농부가 만든 푸아그라였다.

“그 일은 모든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저도 그 사건에 대해서 읽었고 르몽드지에도 실렸었지요. 프랑스인들을 비롯해 미식가들, 셰프들은 에두아르도를 고소했습니다. 심사위원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로 말이죠. 그 고소건은 전혀 증거가 없어 취하됐지만 하지만 곧 새로운 논란이 부상했지요. 진정한 의미로 푸아그라가 아니기에 그가 우승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가 키운 거위는 강제로 모이를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푸아그라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푸아그라는 강제 사료 급식이 없었습니다.”

이후 에두아르도 수사의 ‘천연’ 푸아그라를 맛본 댄 바버의 말이다. 에두아르도는 거위에게 강제 먹이 급여를 하지 않는다. 그는 스페인의 세비아에서 50마일 떨어진 곳에서 4대째 소박한 농장을 가꾸고 있다. 무화과와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 그 농장에서 거위와 오리들은 자유롭다.

“이제는 우스운 말이지만 사실, 이 논란이 있기 전에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저 또한 에두아르도의 푸아그라는 진짜 푸아그라가 아니라고 말했을 겁니다. 정의를 내리자면 분명 푸아그라는 강제 급식, 가바주(gavage, 오리, 거위의 간을 크게 만들기 위해 많은 사료를 강제로 먹이는 사육법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푸아그라를 주문하면 당연히 이것을 먹게 되는 거구요. 에두아르도 농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를 만난 첫 순간에 그는 말했습니다. “제 일은 거위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입니다” 제가 그와 함께 있는 이틀 동안 에두아르도는 이 말을 한 50번 정도는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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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www.archive.is

에두아르도 농장의 울타리는 거위를 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울타리의 바깥쪽에는 천적들로부터 거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류가 흐르지만 거위들이 다니는 안쪽 울타리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일반 푸아그라 도살장의 울타리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그의 농장의 무화과와 올리브는 거위들의 것이다. 에두아르도는 거위들을 먹고 남은 것들만을 팔아 농장 수입의 대부분을 얻는다. “거위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해줍니다. 거위들은 매우 공평해서 저에게 딱 50%만큼을 남겨줍니다. 그거면 충분하죠.”

Foto Eduardo y Foie Gras fresco
source : m.forocoches.com

그의 푸아그라는 밝은 노란색이다. 최상급의 푸아그라인 것이다. 강제로 노란 옥수수를 먹이지 않아도 회색이 아닌 노란빛을 띤다. 거위들이 좋아하는 ‘루핀 부쉬(lupine)’라는 야생초를 농장에 심어 놓는데 이가 푸아그라의 최상급 빛깔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 푸아그라는 제 생에 최고의 푸아그라였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 전까지는 먹었던 것들은 푸아그라가 아닌 것처럼 생각되더군요. 그저 푸아그라라 불렸을 뿐인 다른 무언가를 먹었던 것이지요. 이 경험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장담은 못하지만 제 메뉴에 두 번 다시 푸아그라를 넣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웃음) 에두아르도의 푸아그라보다 잘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의 푸아그라는 달콤하면서도 기름졌고 푸아그라가 갖추어야 할 모든 점들을 갖추었습니다. 온전함과 진솔함은 덤이지요.” 댄 바버가 에두아르도의 천연 푸아그라를 평했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저는 그에게 제가 이마 수차례 했던 질문을 다시 던졌어요. 그 동안은 그가 대답을 회피했습니다만……. “당신은 지금 스페인에 있고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와 같은 최고의 셰프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어떻게 이 푸아그라를 그들에게 공급 하지 않죠? 아니, 어떻게 아무도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하나요?” 아마 와인 때문일 수도 있고 제가 너무 흥분해서 물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직접적인 대답을 주더군요. 그는 “셰프들은 제 푸아그라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웃음) 그가 옳습니다. 그가 옳아요.”

푸아그라(Foie gras), 살찐 간. 겨울을 대비해 평소보다 많이 먹는 거위의 기름진 간은 늦가을이나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였다. 푸아그라는 1년 365일 맛있는 간을 즐기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은 탐식과 그릇된 미각의 반영이었을까? 불편한 진실을 담은 푸아그라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다만 댄 바버는 아래와 같이 덧붙일 뿐이다.

“에두아르도 그가 저에게, 그리고 우리 셰프들 모두에게 보여준 것은 이것입니다. 음식과 요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굉장한 축복은, 음식을 위한 가장 친환경적이고 생태학적인 선택을 할 때 그것이 또한 가장 윤리적인 선택이 된다는 거죠. 그것이 방울토마토든, 양배추든, 푸아그라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예외를 접하지 못한 만큼, 거의 항상 가장 맛있는 선택이기도 하지요. 뜻밖의 기쁨이지요.”

 

“A foie gras parable” – Dan Barber @ Taste3 conference

About 박 선영

박 선영
맛있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동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sunyp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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