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CM253_0422co_P_20140422183510

“5번째 맛을 발견하기까지 인류는 천년을 기다렸다” – 맛과 향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즐거움

x9788970015590Editor’s Note: 입으로 느끼는 것만을 맛이라 하면 크게 5가지, 바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들 수가 있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만 가지 요리의 다양한 맛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저자 최낙언은 맛과 향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책 <Flavor맛이란 무엇인가>는 일상적인 음식의 맛과 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 오래전에는 맛을 4가지로 생각했다

기원전 4세기의 사상가인 데모크리토스는 맛의 감각지각은 음식 입자의 모양이 가진 효과라는 가정을 내놓았다. 즉, 단맛은 ‘원자가 둥글고 큰’ 모양이며, 신맛은 ‘원자가 크지만 둥글지 않고 거칠고 각진’ 모양이고, 짠맛은 ‘이등변 삼각형 원자들’이며 쓴맛은 ‘둥글고 부드럽고 부등변이며 작은’ 모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데모크리토스의 가설을 믿은 플라톤은 맛의 차이는 원자들이 혀의 미세한 혈관들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며 그 혈관들은 심장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뒤이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영혼론』에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 네 가지 기본 맛이라고 쓴다. 그 후로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들의 이론은 별 도전을 받지 않았다. 혀는 맛을 느끼는 돌기들이 오톨도톨하게 솟아있는 기계적인 신체기관으로 여겨졌으며, 음식의 각기 다른 맛이 그 돌기 위에 찍힌다고 믿어온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세기에 실제로 미뢰가 발견되면서 이 이론은 한층 신빙성을 얻었다. 현미경으로 보면 이 세포들은 작은 열쇠 구멍처럼 생겨서, 그 안으로 우리가 씹는 음식이 맞춰 들어가고, 그래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였다.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은 네 가지 맛을 혀의 특정 부분에 할당하여, 맛의 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혀끝은 단맛을 느끼고, 혀의 양옆은 신맛을 선호하며, 혀의 뒷부분은 쓴맛에 민감하고, 짠맛은 혀 어디서나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맛의 감각지각은 그토록 간단하게 여겨졌다.

이 맛의 지도 덕분에 가루약을 먹을 때 쓴맛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등의 요령이 한때 회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19세기 말에 겨우 몇 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결과를 잘못 해석한 결과이다. 최근 조사 결과 맛은 혀의 위치와 상관없이 균일하게 느낀다고 밝혀졌다. 로버트 마골스키Robert F. Margolskee 교수는 “모든 미각은 맛봉오리(미뢰)가 있는 혀의 모든 지점에서 감지될 수 있다”면서 “혀의 맛 지도는 과학에서도 고정관념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잘못된 한 연구결과를 별다른 검증 없이 진실로 받아들여 오랫동안 계속 인용해왔다는 것이다. 그 뒤로 다섯 번째 맛인 감칠맛이 인정받는 것은 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Ikeda-Kikunae copy
source : sharemykitchen.com

| 다섯 번째 맛이 발견되다

1907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는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다시는 어떤 맛인가? 다시는 말린 다시마를 재료로 하는 일본 고유의 맑은 국이다. 이케다는 아내가 매일 밤 끓여주는 다시에서 지금까지 혀가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네 가지 맛이 아닌 그냥 맛있는 맛, 일본인들이 말하는 우마미(감칠맛)가 느껴지는 데 궁금증을 가지고 미지의 맛에 대해 탐구를 시작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맑은 해조류 국물이 내는 신비로운 맛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갈조류를 증류하고, 여러 가지 요리들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잘 알려진 네 가지 맛 중 그 어느 것도 아니면서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치즈, 고기에 공통되는 어떤 맛이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케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연구에 끈질기게 매달렸고, 증류에 증류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비밀스러운 성분을 찾아낸 것이다. 그 신비의 분자는 바로 ‘글루탐산’이었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가장 평범한 아미노산이다. 하지만 결합하여 단백질 상태가 된 글루탐산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요리나 발효 때문에 단백질에서 분해될 때에야 혀로 맛볼 수 있는 아미노산(글루탐산)이 된다. 이케다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이 연구로 두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하나는 맑은 해조류 국에 글루탐산이 들어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글루탐산이 ‘우마미(감칠맛)’라는 맛의 감각지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이케다의 연구는 맛의 생리학에서 획기적인 발견이었지만 역시나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천 년간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믿어온 서구 과학자들은 우마미란 일본 음식에나 어울리는 근거 없는 이론이고 바보스러운 생각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래서 전 세계 요리사들이 계속해서 파마산치즈, 토마토소스, 육수, 다시, 간장(이 모든 것에는 글루탐산이 잔뜩 들어있다.)을 기초로 한 요리를 계속 발전시키는 동안에도 오직 네 가지뿐인 맛에 대한 믿음을 고수했다.

글루탐산 외에도 핵산계 조미료인 이노신산이 1913년 가다랑어포에서, 구아닐산이 1957년 표고버섯에서 발견되었고, 1985년 이후에야 감칠맛은 어느 정도 제5의 맛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확하게 공인받은 것은 1997년 생쥐의 맛봉오리에서 감칠맛 수용체가 발견되고, 2000년에 사람의 혀에서도 감칠맛 수용체를 발견한 이후이다. 이 수용체는 뇌의 뉴런들에서 이미 발견되었던 글루탐산 수용체(글루탐산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의 변형이었다. 두 번째 글루탐산 수용체의 발견은 2002년에 이루어졌는데, 이때 발견한 수용체는 단맛 수용체의 변형된(유사한) 것이었다.

neurogastron copy
source : medicalxpress.com

| 맛은 사실 아주 복잡한 것이다

아니 세상에 맛이 5가지뿐이라고? 그렇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만 가지 요리가 있고 요리마다 맛이 다르고, 사과 맛, 딸기 맛 등 얼마나 맛의 종류가 많은데? 그러나 그것은 맛이 아니고 ‘향(flavor)’이다. 입으로 느끼는 맛은 5가지뿐이고,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 맡은 냄새, 즉 향일 뿐이다. 사실 우리는 사과의 단맛과 신맛에 향을 합해서 사과 맛이라고 인식하지, 사과의 맛과 향을 따로 구분하여 인식하지 않는다. 식품에서 맛과 향은 구분하기 힘들고 별로 구분할 필요도 없는 감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맛은 ‘맛(taste)’과 ‘향(flavor)’의 합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식품을 섭취할 때 느끼는 감각의 총합이다. 즉 미각, 후각, 촉각, 온도감각, 통각에 감정, 분위기, 쾌감과 문화까지 합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맛과 5가지의 맛(taste)을 구분하여 말하고 싶으나 마땅한 단어를 모르겠다. 맛 대신에 풍미, 향미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겠지만 익숙하지도 않고 완전히 그 의미를 포괄하지도 않는다.

썸네일 사진 출처 : WSJ.com

About 최 낙언

최 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부터 제과 회사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첨가물과 가공식품을 불량식품으로 포장하는 거짓된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아 www.seehint.com에,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 정리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감칠맛과 MSG 이야기』가 있으며, 나머지 생각도 몇 권의 책으로 마저 마무리 할 예정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